골프의 미래 시장을 만드는 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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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시타자인 게리 플레이어(왼쪽부터), 리 엘더,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 잭 니클라우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골프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매년 꾸준한 미래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제 85회째를 맞은 올해는 최초의 흑인 출전 선수 리 엘더(미국)가 마스터스의 명예 시타자(Honorary Starter) 들과 한 자리에 섰다.

8일 밤 9시(현지 시간 아침 8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 7475야드) 1번 홀 티잉구역에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의 소개로 엘더가 맨 먼저 소개됐다. 코에 호흡기를 낀 것으로 보아 호흡기 계통의 건강이 좋지 않아보였다. 따라서 그는 클럽을 들었을 뿐 티샷을 하지는 않고 둘러싼 패트론(갤러리)에 감사를 표했다.

마스터스에서는 매년 대회 시작 전에 이 대회에서 6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와 3승의 게리 플레이어가 시타를 하는 것으로 공식 경기를 시작한다. 4년 전까지는 마스터스 4승의 아놀드 파머가 함께 했으나 서거 이후 두 전설만 진행했는데, 이번에 엘더가 추가됐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지난해 11월에 제84회 대회를 앞두고 ‘리 엘더가 2021년 대회의 명예 시타자가 됐으며 흑인 대학인 페인 컬리지에 그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엘더는 46년 전인 1975년 흑인으로는 주변의 온갖 멸시와 비하 속에서도 당당히 대회에 출전했다. 첫해는 컷 탈락했지만, 1977년부터는 1981년까지 5년간은 연속 출전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1979년의 17위였다. 마스터스는 아니지만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었고 시니어 투어 10승 등 인생에 16승을 달성했다. 엘더의 첫 출전 뒤로 22년 만인 1997년에 21세의 타이거 우즈가 흑인으로는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 차별로 인한 인종 갈등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마당에 오거스타는 의연하게 흑인 골퍼를, 그것도 이 대회에서 우승 한 번 못한 선수를 ‘명예의 시타자’로 임명한 것이다. 마스터스는 단지 골프 대회지만 사회 통합을 위한 이런 솔선수범으로 존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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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일본의 17세 소녀 츠바사와 버틀러 캐빈에서 트로피를 수여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지난 2019년은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ANWA)를 개최하면서 ‘금녀의 구역’이던 이 골프장에 여자 선수들이 최종 결선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으나 올해는 소수의 관중으로 2회째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가 지난주 열렸다.

일본의 17세 소녀 츠바사 카지타니의 연장 우승으로 끝났다. 미국인들은 엄마를 캐디로 대동하고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한 에밀리아 미글리아치오(미국)의 우승을 열망했겠으나 아시아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리들리 회장은 버틀러 캐빈과 시상식에서 시종일관 챔피언에 대한 예우에 충실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던 금녀의 성지가 오거스타내셔널이었다. 여성 운동가 마사 버크는 마스터스 보이콧 운동을 주도했고, 실제로 대회 스폰서들도 주저하기도 했다. 당시 마스터스는 광고없이 경기를 진행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하지만 2012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회원(콘돌리자 라이스, 달라 무어)을 받아들인 뒤로 오거스타내셔널은 여성 친화적인 골프장으로 변했고, 이제는 골프계의 혁신을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골프라는 스포츠 종목이 더 이상 미국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미래를 위한 색다른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이같은 변화를 시작한 건 전임 회장 빌리 페인이다. 1996년 애틀랜타 하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페인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제 6대 회장을 지내면서 마스터스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이고 외향적인 확대에 주력했다.

2009년에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을 열어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면서 최고 아마추어들을 초청하는 대회를 열었다. 5년 뒤인 2014년에는 이를 남미아마추어챔피언십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마쓰야마 히데키 같은 미래의 골프 스타들이 아시아나 남미에서도 나올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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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드라이브 칩 &퍼트 우승자들. [사진=마스터스]


또한 마스터스는 2013년부터 대회 전 주 일요일에 7~15세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드라이브, 칩 & 퍼트(DCP) 최종전을 개최하고 있다. 한 해의 마스터스가 끝난 다음 주부터 미국 전역에서 DCP가 시작되고, 다양한 예선을 거쳐서 다음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결선을 오거스타내셔널에서 갖는 것이다. 부모들은 패트론이 아니면 입장조차 못할 이 코스를 아이를 앞세워 방문하는 기회라서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대회에 참여한다.

마스터스는 골프의 미래에 투자한다. 골퍼로 자랄 어린 아이에게 꿈을 주려 한다. 종전까지 거들떠보지 않던 아시아 시장의 엘리트 골퍼들을 우대한다. 수십년간 무시하던 여성 골프 영역에 앞장서서 대회를 만든다. 그리고 인종 문제에 과감하게 접근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마스터스가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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