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중3 메달리스트가 은퇴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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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통령배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후 체육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연우(오른쪽). [사진=스타복싱클럽 제공]


2005년 경기도 연천군에서 ‘목장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정연우는 꼬마일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나름 소질도 있었다. 합기도, 수영, 배드민턴, 축구 등의 종목을 섭렵했다. 운동DNA가 좋고, 여기에 본인도 좋아하니 각종 운동으로 몸은 군살이 없는 탄탄한 체형이 됐다.

2019년 초 중2가 된 그는 복싱에 입문했다. 합기도를 익혀 대회에서 메달까지 땄던 까닭에 이번에는 올림픽 종목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네 체육관(전곡스타복싱클럽)에 등록하고 샌드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빨리 적응을 했고, 기량이 좋아졌어요. 두세 달밖에 안 됐는데 관장님이 생활체육대회에 나가라고 권해서 출전했지요. 5월부터 대회에 나갔는데, 처음 3번은 다 졌어요. 이후 복싱 기본기가 갖춰진 후에는 4연승을 올렸어요.”

자신감을 얻은 정연우는 엘리트대회인 신인선수권에 도전했다. 강자들이 빠진 대회였지만, 그래도 학교운동부 선수들 상대하는 까닭에 많이 긴장했다. 1회전에서 1점차로 졌고, 정연우를 이긴 선수는 우승했다.

스포츠에서 패배는 선수를 더 강하게 만들곤 한다. 정연우는 복싱에 더 빠져들었고,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2020년 8월 제50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 도전했다. 신인선수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위 있는 대회였다.

정연우는 이 대회 16강에서 작년 준우승자를 난타전 끝에 승리를 따냈고, 8강에서는 제주선수를 TKO로 꺾었다. 4강에서 이 체급 우승자인 강호를 만나 박빙의 경기를 펼쳤지만 판정패했다. 아쉽지만 목표로 했던 메달(동) 획득에는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스토리는 평범한 남자 중학생이 학교공부 등 할 것 다하며 일주일에 2~3회 동네체육관에서 복싱을 하면서 거둔 성과다. 실제로 정연우는 전곡중학교에서 상위 10% 이내에 드는 우등생이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고, 오후에는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는 등 공부할 것 다 하면서 틈틈이 체육관을 찾아 운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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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공부하고 있는 정연우. 그는 8월 동메달을 끝으로 복싱선수를 은퇴했다.


정연우는 8월 동메달을 끝으로 ‘은퇴’했다. 고교진학을 앞두고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복싱선수를 지속할 물리적 여건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대한복싱협회에 선수등록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원래부터 제게는 마지막 대회였어요.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였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목표를 달성해 기쁩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고, 원하는 직업을 얻은 후 다시 복싱을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샌드백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복싱, 정말 좋았었는데요.”

서구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나중에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독일)이 펜싱 금메달리스트로 변호사가 된 경우다. 정연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구조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학업과 운동,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일반학생들은 운동이 턱 없이 부족하고, 학생선수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는 운동선수들에게 공부하라고 윽박을 질러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네 교육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정연우를 가르친 김종훈 관장의 한탄 섞인 목소리는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아예 (정)연우가 공부를 못했다면 하고 혼자 생각합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복싱으로 대성할 자질을 갖췄거든요. 지도자로 이런 선수는 잘 가르치면 올림픽 메달까지 도전할 수 있었으니 정말 아쉽죠.”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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