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17) 골프역사는 프로선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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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파머(왼쪽)와 잭 니클라우스. 두 영웅은 프로선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행동에 앞장섰다.


# 역사 하나 - USGA 설립

1890년을 전후로 하여 미국에 골프 코스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골프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시대였던 까닭에 부자들만이 골프를 즐겼고, 부유층 끼리 클럽을 결성하여 교류했다. 골프장의 숫자가 10개도 안 되는 1894년, 골퍼들이 모여서 공식적인 단체를 설립했는데 그것이 미국골프협회(USGA)다.

설립 초기 USGA는 부유층인 아마추어 골퍼를 중심으로 행정을 펼쳤다. 숫자가 적고 신분이 낮은 프로 골퍼들은 아마추어 골프행사의 도우미 노릇을 했다. 1895년 제1회 US오픈이 개최되었을 때 메인 이벤트는 ‘US 아마추어 오픈’이고 프로들의 대회인 ‘US Open’은 오픈게임의 대우를 받았다.

# 역사 둘 - PGA(of America) 설립

미국의 골프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프로 골퍼의 숫자가 늘었고, 대중을 몰고다니는 월터 하겐 같은 위대한 선수가 나타나면서 프로들이 힘을 얻었다. 1916년 아마추어 위주의 USGA에 불만을 가진 프로 선수들이 모여서 PGA(of America)를 설립, 분가했다. PGA는 먼저 아마추어가 참가할 수 없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개최하며 프로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골프산업이 커지면서 프로 대회도 늘어났고 PGA의 파워는 USGA와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PGA는 프로 선수뿐 아니라 티칭 프로들도 회원으로 영입하여 조직을 키웠는데 이는 티칭 프로의 숫자가 프로 선수보다 훨씬 큰 구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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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각각 USGA, PGA, PGA투어의 로고. 어떤 로고가 가장 익숙할까?


# 역사 셋 - PGA TOUR 분리

1960년대 중반부터 TV 골프 중계가 시작됐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방송사들은 대회의 중계권을 사기 위해서 상상할 수 없는 큰 금액을 제시했고, PGA의 재정 상태는 돈이 넘친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되었다. 프로 선수 덕분에 큰 돈을 벌게 되었는데 PGA는 티칭프로들을 포함한 모든 회원들의 동등한 혜택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었다. 스타급 프로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돈은 우리가 벌어오는데 대우는 별로 좋아지는 것이 없다.”

1968년 당시 프로 선수들의 리더였던 아놀드 파머와 전성기를 누리던 잭 니클라우스가 앞장서서 플레잉 프로 선수들만의 조직을 만들어서 PGA로부터 분가해 나왔다. 분리하는 과정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쳤고 마찰도 많았지만 결국 선수들은 원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 단체의 이름이 PGA TOUR이다. 프로 선수들은 영리했다. 유능한 커미셔너를 영입해서 경영을 맡겼고 PGA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미국의 골프를 움직이는 단체는 USGA, PGA, PGA TOUR 세 곳인데 서로 돕고 견제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조직은 PGA TOUR일 것이다. 가장 많은 대회와 상금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골프팬들이 선수의 편이기 때문이다.

# 현실 하나 - 한국남자골프 생존권 위협

한국 남자 선수들은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KPGA만 바라보며 시합이 부족하다고 한탄과 불만을 쏟아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일거리가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면 선수 스스로 대책을 찾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프로들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위기대응능력이 크게 떨어져 보인다. 미국 PGA TOUR가 생긴 역사를 보고 우리 선수들도 가칭 KPGA TOUR라도 만들어서 직접 움직여야 한다. 도와주고 싶어하는 골프팬들은 많지만 당사자가 침묵하는데 누가 나서겠는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 선수들이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골프협회가 한국여자오픈은 개최하면서도 한국오픈을 취소했다. 미디어들이 그 부당함을 지적했고, 필자는 다시 살려 내라고 요청하는 칼럼도 썼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무엇을 했는가? 선수 대표자들이 대한골프협회를 방문하여 읍소를 하면서 사정을 하던지, 아니면 강력한 항의 성명을 발표하던지, 법적으로 선수들이 취할 수 있는 절차는 없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한국오픈을 개최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몇 달이나 남아있는데 한탄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주변에서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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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니투어에서 우승한 장동규 선수.


# 현실 둘 - 작지만 의미있는 첫 걸음

그런데 지난 주 양용은, 문경준, 홍순상, 장동규, 최민철, 허인회, 김형성 등 무게감이 있는 선수 24명이 포천의 샴발라CC에 모여서 미니투어 대회를 개최했다. 미니투어는 미국에서 선수들끼리 상금을 모아서 개최하는 대회를 본 따서 만든 것인데 이번 대회는 KPGA와는 무관하게 선수들이 개최했다. 우승자 장동규의 사진을 보니 작은 스폰서들이 후원하고 있었다. 양용은 선수가 맏형의 역할을 하며 아이디어를 냈고, 후배들이 적극 호응하여 대회가 성립되었다고 하니 선수들이 자구책을 찾는 혁신적인 변화의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에 시합장소를 구했고 적은 상금을 쪼개서 기부금까지 마련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시작이 반인데 일단 변화가 시작되었으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스폰서가 있어야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스폰서나상금이 없어도, 선수들이 출전비를 모으거나 작은 기부금을 받아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래야 경기력을 유지하고 해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 또 대회를 하다 보면 후원을 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한국의 남자골프, 그리고 뜻있는 선수들을 ‘골프역사’를 빌어, 가슴으로 응원한다.

* 박노승: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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