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4) 2019년 개정 골프룰에 가장 빨리 적응한 K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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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장면이 됐다. 2019년 골프 룰에 큰 변화가 있었다. [헤럴드경제스포츠팀 자료사진]


작년 이 맘 때가 생각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골프 미디어는 2019년부터 대대적으로 개정되는 골프룰의 내용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개정내용의 큰 건더기만 추려도 30가지가 넘고, 세세한 변화까지 합치면 100가지가 넘는 혁신적인 개정이었다. 필자도 개정 골프룰의 기사원고나 몇 번의 특강을 요청 받으며 마음이 바빴다. 2019년이 되면 더 많은 강의 요청을 받아 훨씬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분위기가 선수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모든 골프장의 캐디들, 경영자들, 그리고 룰을 지켜서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진지한 아마추어 골퍼들까지도 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방문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떤 골프장에서는 골프 룰북을 쌓아놓고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다. 또 게시판에는 골프장 자체에서 주최하는 룰 교육의 공고가 붙어있었다. 한국에서 골프룰의 최종 해석과 보급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골프협회도 한창 한글번역을 마무리하여 대대적인 배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혁명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골프룰 개정의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견됐다. 필드에서 크고작은 혼란이 생기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9년의 골프시즌이 시작 되면서 새로운 골프룰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사라져갔다. 미디어도, 골프계도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조용해졌다. 룰에 대한 특강 요청을 받은 것도 모두 합치면 몇 번 안 된다. 어 이건 뭐지? 왜 이럴까?

해답은 한국 특유의 문화에 있었다. K골프의 '명랑골퍼'들은 골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이미 새로운 룰에 대한 적응을 끝냈다. 새로운 룰북을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원래 정확한 룰대로 플레이하지 않았으므로 변경이고 뭐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개정된 내용 중에서 플레이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거나, 벌타를 없애는 내용,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더 유리해지는 내용만 골라서 즉시 적용했다. 나머지 내용들은 알면서도, 혹은 몰라서 무시했지만 플레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무릎높이에서 드롭을 하고, 깃대를 꽂고 퍼팅을 하고, 순서 없이 빠르게 진행하고, 페널티 구역에서 자유롭게 연습스윙을 하고, 샷 할 때 투터치가 되어도 벌타가 없고 등의 내용들은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다. 페어웨이의 디봇에 빠진 볼을 살짝 옮겨서 치는 것은 변함없이 애교로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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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랑골퍼들은 골프룰 개정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했다. [이미지=아아클릭아트]


R&A(영국왕립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가 룰을 개정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플레이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목표를 한국의 명랑골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실행에 옮겼다. 세계 골프 변화에 앞장서고 한국의 독특한 골프문화를 만들어 가는 지혜로운 골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명랑골퍼들은 스코트랜드나 미국의 골프스포츠 정신을 이해하고 골프의 전통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 전통들을 우리의 현실에 맞도록 변경하여 우리만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전통들은 우리나라 골프산업에 필요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우리 명랑골퍼들이 외국에 나가서 그들과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을 때 그들의 전통과 에티켓과 룰에 따라서 플레이 할 수 있을지가 살짝 걱정이 될 뿐이다. 뭐 언제나 명랑골퍼끼리만 플레이 하겠다는 분들은 이런 작은 걱정마저 잊어버려도 좋다.

골프 레프리인 필자는 K골프의 플레이 스타일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명랑골퍼들이 그렇게 복잡한 골프룰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공식대회가 아닌 주말골프의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골퍼들에게 모두 같은 룰이 적용된다면, 그 룰이 골프룰에 위반되더라도 나름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을 지키고 공정한 플레이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K골프의 모든 명랑골퍼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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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적 고도성장만큼이나 골프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랑골퍼들이 있다. [이미지=아아클릭아트]



*박노승: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교수,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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