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 대한탁구협회장님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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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선수권에서 하리모모토를 꺾고 포효하고 있는 안재현. [사진=대한탁구협회]


“우리 대한의 아들, 안재현 선수가 일본의 탁구신동 하리모토 선수를 꺾고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개인단식 8강에 올랐습니다!”
“안재현 선수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최연소 3위 입상입니다.”

위와 같은 뉴스가 우리 탁구인의 가슴을 설레게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난 것 같습니다.

이 기고문의 제목을 보고 기고자인 저 이옥규가 새 대한탁구협회장님과 무슨 연관이 있어 무엇을 호소하고, 그것도 간곡히 한다는 것인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안재현 선수 때문입니다.

본론에 앞서 안재현 선수와 저의 관계를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안재현 선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큰 아버지인 현 한국중고탁구연맹의 안창인 부회장의 보살핌 속에 탁구에 입문했습니다. 안창인 부회장은 물론, 모교인 대전 동산중고등학교의 권오신 선생님, 그리고 대전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훌륭한 탁구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안창인 부회장과 아주 친한 친구(고등학교 동기동창)입니다. 제가 워낙에 탁구를 좋아하는 동호인이고, 지금은 게보코리아라는 탁구용품사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안재현 선수를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어머니을 일찍 여윈 어린 선수답지 않게 항상 해맑은 모습을 잃지 않는 안 선수를 바라보면서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심까지 우러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매체를 통해 저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고 그동안 뭔가를 해주지 못하는 제가 무력하다고 느끼게 된 일화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권오신 선생님이 우연히 보게 됐다고 하는데 안재현 선수가 단 하나뿐인 형에게 ‘형, 우리가 잘 되어야 우리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겁니다. 어린 재현이의 해맑은 모습 뒤에는 남들이 모르는 책임감과 행복한 가정을 그리는 동경의 마음이 항상 같이 했던 것입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집 대신 학교 숙소에서 생활해온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안재현 선수의 형은 동생이 형이 대학가기를 그렇게 원했는데도 동생과 큰아버지의 청을 거절하고, 현재 하사관 학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기가 대학에 가서 동생한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생에 그 형입니다.

저는 이번 2019년 세계선수권 대회가 헝가리에서 열렸고, 유럽팀들이 안재현 선수한테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전언을 들었습니다. ‘안재현 선수를 위해 뭔가를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독일 본사의 사장에게 안재현 선수를 필요로 하는 프로팀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독일 사장은 “참, 그대는 오지랖도 넓다. 안재현은 엑시옴 회사와 10년 계약한 선수인데 게보사 한국대리점인 당신이 왜 나서서 안 선수를 부탁하냐”고 핀잔을 줬습니다. 저는 다시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안재현 선수는 제 친구의 아들이며, 한국에서는 절친 아들이면 자신의 아들과 같다. 그러니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안재현 선수를 좋은 클럽과 꼭 연결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중국 선수를 제치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모 팀이 안재현 선수와 계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계약서 시안도 받아 검토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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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안재현. [사진=안재현 선수 제공]


계약조건은 아주 좋습니다. 기간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이고 이 기간 동안 총 16매치를 뛰면 됩니다. 급여도 국내 실업 최고 수준 대우(1억 원 이상)이고, 숙식 항공 등 일체의 경비가 제공됩니다. 무엇보다 경기력 향상이 기대됩니다. 리그 자체에서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강호들과 겨룰 수 있고, 경기가 없을 때는 독일 국가대표와 연습하는 조건입니다. 또 유럽에서 열리는 ITTF 투어대회에 클럽 경비로 출전시켜줍니다. 선수 본인에게는 경제적 혜택은 물론, 단기간에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도 안재현 선수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안창인 부회장에게 계약서 사본을 건넸습니다. 수정할 내용 있으면 애기하고 없으면 서명해서 달라고 아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말입니다.

헌데 참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안재현 선수의 소속팀인 삼성생명은 당장은 전력 손실이 있겠지만 선수의 장래와 실력 향상을 위하여 독일 분데스리가에 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대한탁구협회가 정한 규정에 의하면 안재현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뛸 수가 없다는 것을 안 부회장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탁구협회의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현재 국가대표 1군 남녀 각각 16명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해외리그에 진출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이죠.

물론 각 실업팀의 지도자들와 협회 분들로 구성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토론 끝에 합의하여 도출한 규정이니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소견으로는 이 규정이 도쿄 올림픽의 성적내기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나라를 대표한 국가대표라 할지라도, 국가대항전에 참여하기 위해 팀과 함께 연습하고 같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겠지만 2년이라는 세월 내내 해외 리그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대한탁구협회는 새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어느 분이 회장으로 당선될지는 모르겠지만 차기 새로운 회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회장에 당선되시면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소집해 국가대표팀에게도 도움이 되고, 선수에게도 도움이 되는 슬기로운 안을 다시 마련해 주십시오.

지금 대한탁구협회장 보궐선거에 즈음하여 많은 탁구인들이 ‘탁구인의 자율성’을 원하고 있습니다. 많은 탁구인의 숙원인 탁구인의 자율성이 확장되는 탁구협회가 이번 기회에 만들어지기를 희망합닏다. 자율적인 대한탁구협회는 예하 연맹의 자율성, 그리고 선수의 자율성도 신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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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탁구인 이옥규

* 이 기고문은 본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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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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